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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 될거야’, 차향(茶香) 가득한 창가에 앉아

기사승인 2018.11.16  16: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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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최병철 교수 (정화예술대학교)

사람은 이런 저런 생각이 많고 신경을 쓰게 되면 스트레스가 되어 화가 치솟아 심장에 압박을 받게 되고 마음이 불안하여 병이 들게 된다. 일상에서 차를 즐기는 습관은 몸 안의 화기를 내리는 좋은 방법이기도하다. 찻잎은 겨울의 기운을 받아 자랐기에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며 향기로운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게 한다.
 차(茶)에는 4가지의 향이 있어 청량한 아침이슬을 듬뿍 담고 싱그러운 냄새를 갖춘 진향, 차를 만들 때 불기운을 고르게 할 때의 난향, 설지도 않고 너무 익지도 않은 청향, 겉과 속이 똑같은 순수한 것은 순향이라 한다.
 차를 바르게 만들고 먹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을 다례(茶禮) 혹은 차례라고 한다. 찻잎이 온전하면 오래 우려주고, 찻잎이 좀 부서졌다 싶으면 살짝 우려 한잔 차를 마실 때 세 번에 걸쳐서 마신다. 눈으로 보고 향기를 느끼며 맛으로 음미한다.
 며칠 전 캘리그라피 모임에 참석하여 카페에 둘러 차를 마시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회원 중 여든이 넘으시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과 열정을 지니시어 존경받는 시인께서, ‘지난7~8년간 즐거움에 다도를 배우며 차를 늘상 마셔왔는데 언젠가 부터는 차를 마실 때 지켜야 하는 복잡한 절차와, 다 마신 후 종류가 많은 찻잔을 닦는 일이 성가심을 넘어 화가 나서 최근 차를 마시기를 멀리 했다’고 하신다. 의아해서 심신에 어떤 변화가 있으시냐고 여쭈니 그렇지는 않고 그냥 복잡하게 절차에 얽매이는 것이 싫어지셨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곰곰 그 분의 말씀을 되새겨 보니 최근 어르신들의 조급함과 분노와 연관이 있지 않을 까 생각 된다.
 필자도 출, 퇴근 시에 전철을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용하면서 어르신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어려운 세상에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과 집에 계시지 않고 몸을 움직여 활동하시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다. 반면에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전철의 경로석(노약자, 장애인, 임산부)에서 자리 경쟁을 하시며 옆에 있는 사람들과 사소한 다툼을 하시는 모습이라든가 주위에 아랑곳없이 큰 소리로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모습, 다리를 뻗고 운동을 하시는 모습 등은 솔직히 좋게는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어른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적어진 젊은이들의 눈에는 언잖아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위를 살피는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21.1%)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6.7%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는 응답이다. 실제로 많은 노인들은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와 일상에서 외로움과 서러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자녀들의 부양책임이 줄어들면서 노인들의 경제적 빈곤과 소외감으로 인해 생활범죄와 분노범죄는 증가하고 있어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함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유럽연합 국가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2016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7%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제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마련하여야 하며 이러한 현상도 어르신들의 분노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세태의 변화에는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설명을 하려는 우리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하겠다. 공적 부담에 대하여 젊은 세대들과 노인들을 갈라서 보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로 서로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을 해소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사소한 언동을 행함에 있어서도 우선 자기 자신에게 물질적인 이익이 돌아올 것인가 아닌가를 따져보곤 하는 타산적인 생각에 물들어 있는 예를 자주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일은 꽃에 향기가 있듯이 품격있는 어르신으로서 젊은이들과 공감하고 배려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면서 3대 악재가 있다고 한다. 너무 젊어서 성공하는 것과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것 그리고 나이가 들어 가난해 지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 ‘우리’라는 인식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늙는 것은 너무도 당연스러운 일이며, 혼탁하여가는 세상에서 학교는 어르신에 대한 존경심, 가치, 역할, 경험 등 어른을 공경하는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 가을에 차향(茶香) 가득한 창가에 앉아 젊은이들과 어르신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괜찮아 잘 될거야’ 하며 희망의 담소를 나누고 따끈하게 우려낸 차 한잔을 음미하는 정겨운 모습을 그려본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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