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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바늘과 한식날

기사승인 2019.03.15  17: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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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김윤환 목사 (사랑의은강교회 담임목사.시인)

봄은 언제나 생명의 소생능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절이다. 이 봄에 시 두 편을 감상하며 생명과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발견하길 기대해본다.

먼저 권자미 시인의「봄, 잔디, 아스팔트4」를 먼저 감상해보면,

“누군가 가장자리에 // 바늘 꽂고 있다 // 비와도 녹슬지 않는 // 귀 없는 연두 바늘. // 양끝 팽팽히 당겨 잡고 // 올려 꽂는 정곡 놀라운 힘! // 어느 분의 손끝이 저토록 여물까 // 검은 피륙 // 다림질도 반듯하다.”(권자미 시집 『지독한 초록』중)

세상 모든 풀은 그가 꽂히는 곳이 세상의 가장자리가 될 것이다. 풀은 귀(耳)가 없지만 녹슬지 않는 생명의 날카로움이 있다. 마치 연두빛 바늘이 검은 땅을 비집고 나오는 것 처럼 신작로 아스팔트에 꽂혀 있는 녹색의 단창(短槍)에서 시인은 생명의 위엄을 본다. 하늘로부터 내리꽂히는 비범한 날을 본다. 그래, 저기 이름 없이 하늘을 향해 꼬리를 들어낸 풀들도 그 입은 결코 뿌리가 아니라, 어둠을 찌르는 바늘이 되어, 빛의 자양분으로 어둠을 향해 숨통을 뚫고 있는 것이다. 강퍅한 땅, 심지어 아스팔트 그 견고한 어둠을 뚫는 생명의 신비, 그 힘이 씨알을 통해, 그 몸통인 풀을 통해, 그리고 시인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잊혀진듯 죽어 살던 내 자신에게도 생명의 혈류, 그 푸른 피를 흐르게 해주었다.

언 땅이 풀리고 언덕과 들판에 새순이 돋을 무렵 사람들은 저마다 그리움을 품고 선산을 찾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떠나신 아버지를 찾는 일은 사랑의 기억을 더듬어 새로운 발돋움을 하기 위함이리라.

정재명 시인의 봄에 관한 시「한식날」이라는 시를 감상하다보면 아름다운 기억이란 현실에서 보이지 않을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아닐까

“아빠에서 아버지가 된다는 건 / 소리없이 울어 준다는 것 // 삶의 벼랑 / 두 손으로 펄펄 노 저으며 아버지는 / 억센 팔뚝 같은 웃음을 곧잘 날리셨다 / 내가 아버지의 너털웃음 속에 / 웃음보다 더 큰 울음이 숨죽였음을 / 알았을 무렵,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 내 가슴에 아버지는 오래오래 살아 계셨다 // (.........) // 아버지 끌어안고 저녁 노을 같은, / 붉은 을음을 소리 없이 쏟는다.” (정재명 시집,『끝 눈에 반한 사랑』중, 위드북스, 2004)

우리는 이 시에서 한식날 아들의 손을 잡고 선친의 묘소를 찾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생애의 벼랑위에 윤회(輪回)의 붉은 노을을 맞으며 웅켜진 울음을 풀어 놓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더러는 이미 떠나버린 사람의 내적(內的) 조우(遭遇)를 통해 내 자신의 눈과 발길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깨달을 때가 있다. 한식날 선친을 성묘하는 일을 수동적 의례이거나 민간신앙 담론으로 해석하기보다 그리운 기억을 다시 되짚어 가족의 사랑과 천륜의 의미를 찾아가는 따뜻한 만남의 자리로 바라볼 수 있음을 이 시에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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