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절름발이 강아지

기사승인 2019.09.21  17:10:33

공유
default_news_ad2

- [월요단상] 윤민영 목사

어떤 소년이 강아지를 사러 애완동물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은 강아지를 몇 마리를 건네주었고, 소년은 한 마리씩 들었다 놓았다 하며 찬찬히 살폈다. “어느 놈을 골랐니?”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여기 있는 강아지들은 하나에 얼마씩 하나요?” 주인은 가격을 말해 주었고 소년은 며칠 뒤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빨리 와야 한단다. 이 강아지들은 아주 잘 팔리거든.” 그러자 소년은 뭔가 확신한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전 걱정 안 해요. 제가 고른 강아지는 그때까지 거기 있을 거예요.” 소년은 열심히 일했다. 잡초를 뽑고 유리창을 닦고 마당을 청소하는 등 열심히 일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돈을 가지고 다시 가게에 찾아갔다. 가게 주인은 돈을 다 세고 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네가 갖고 싶었던 강아지를 가져가렴.” 소년은 비쩍 마른 절름발이 강아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주인이 말리며 말했다. “그건 가져가지 말거라. 보다시피 불구잖니. 너 하고 놀 수도, 뛸 수도 없어. 공을 물어 올 수도 없단다. 건강한 강아지들 가운데서 골라보렴.” 그러자 소년이 대답했다. “아녜요. 이건 제가 꼭 갖고 싶었던 강아지예요” 소년이 나갈 때, 주인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순간 입을 다물었다. 모든 게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의 바지 밑으로 의족이 보였던 것이다. 소년은 다리를 절뚝거리는 강아지의 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강아지가 정말 특별하다는 걸 알았다.

맥스 루케이도의 「The Gift」에 있는 글이다. 소년이 절뚝거리는 강아지의 마음을 알기 위하여 특별히 공부한 것은 아니다. 불편하게 살아보면서 건강한 두 다리로 산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먼저 이해한 소년이 절뚝거리는 강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다리가 불편한 한 소년의 이해는 비쩍 마른 강아지에게 희망이며 기쁨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지는 가위바위보’라는 놀이는 손가락이 없는 어린 아들과 ‘가위 바위 보’를 하는 아버지가 게임하는 놀이이다. ‘가위 바위 보’ 하고 손을 내밀면 아버지는 항상 가위를 낸다. 손가락이 없는 어린 아들은 항상 주먹 밖에 낼 수 없다. 아들이 이겼다고 소리를 지르게 하기 위하여 아버지는 항상 가위를 내는데 아버지의 배려가 눈물겹다. 그 눈물겨운 배려가 아들로 활짝 웃게 한다. 희망을 품게 한다. 손가락이 없어 불편하지만 아버지의 배려로 그래도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품고 당당하게 일어서게 한다.

필자의 외손녀들 중에 미국에서 자란 손녀가 있다. 미국에서 낳아서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말은 거의 못하고 전형적인 미국 영어를 사용한다. 나의 영어 실력이 서툴기도 하지만 손녀들은 영어를 말할 때 전혀 알아들을 수 없게 빠르게 말한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혀를 굴리는 소리나 악센트가 정겹게 들릴 때도 있다. 조금 천천히 해 주면 조금은 알아들을 것 같은데 그런데 배려를 해주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배려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그런데 반대로 나도 손녀들에게 한국말로 말하면 나는 배려할 만한데 거의 배려하지 못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입장에서 말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 주면 훨씬 부드럽고 좋을 텐데 그런 것이 부족해서 상처받고 아플 때가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김 이병이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소대장이 한마디 건넨다. “김 이병,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 그래?” 그 말을 듣고 취사장에 갔지만 군기 빠졌다고 꾸중만 듣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중대장이 소대장과 같은 말만 하고 지나갔다. 그러던 중 선임하사가 지나가다가 말했다. “김 이병, 취사장에 가서 더운물 좀 받아와. 나 세수 좀 하게.” 김 이병은 취사장에 가서 선임하사 지시라며 더운물을 받아왔다. 그러자 선임하사가 말했다. “그 물로 빨래를 해라. 양은 많지 않겠지만 손은 녹일 수 있을 거야.” 누군가 나의 아픔을 알아차리고 배려해 준다면 감동이고 용기가 날 것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알아차리고 배려해 준다면 역시 그 사람이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누가 나를 배려 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우리 모두 먼저 절뚝거리는 비쩍 마른 강아지를 안고 가는 소년 같은 마음이 우리에게 더 많아지면 좋겠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