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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무 힘들어요.”

기사승인 2020.10.23  16: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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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올해만 벌써 10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다. “저 너무 힘들어요”는 얼마 전 죽은 어느 30대 택배노동자의 하소연이었다. 그러나 그 하소연은 해결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여 그 말은 죽은 그 노동자의 유언이 되어버렸다.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인해 택배업체인 쿠팡 등이 비난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쿠팡 등 택배업체들의 심야근무, 새벽근무 등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택배업체들의 과잉경쟁으로 새벽배송이 늘고 있는데, 이것이 택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주범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유는 새벽배송을 위해서는 심야근무, 새벽근무를 해야 하는데, 녹색병원 임상혁 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 심야근무 1시간은 낮근무 1.5시간과 동일한 노동강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새벽근무를 고정적으로 하게 되면 젊었을 때는 괜찮아보이지만 나이들면 일찍 죽는다고 한다. 실례로 새벽근무를 많이 하는 철로 보수원들의 경우 퇴직 후 5년 이내 사망률이 높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비난받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살펴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내가 새벽일을 시킨 것이 아닌데 내가 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자신을 연관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못마땅해할 것이다. 그리고 “난 아냐!”하면서 여기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몇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당신은 택배를 많이 이용하지 않으시나요? 주문한 택배가 늦게 오면 짜증내지 않으셨나요? 토/일에는 왜 배달이 안되지? 하며 불편해하지 않으셨나요? 어제 저녁에 주문했는데, 새벽에 배달해주는 쿠팡의 택배제도에 대해 좋아하지 않으셨나요?”

위 질문에 대해 단호히, 그리고 양심적으로 “난 그런 적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시민은 10명의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위 질문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현재의 택배 시스템이 택배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그것을 활용해왔다. 이는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민들이 쿠팡과 같은 택배업체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공범인 셈이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다. “난 아냐!”하며 책임회피를 하기 보다는 공동정범이라는 생각 하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양심적 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해결책은 먼저 쿠팡 등 택배업체들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심야근무, 새벽근무를 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새벽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친다면 쿠팡 등 택배업체들은 이런 볼멘소리, 항의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새벽배송을 좋아하는데, 어찌 우리가 심야근무, 새벽근무를 안 시킬 수 있겠습니까’라고.

그래서 시민들은 자신들을 강제하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다소 불편하겠지만 ‘택배노동자들에게 심야근무, 새벽근무를 강제하는 새벽배달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애도와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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