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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민주주의와 장애인 인권유린

기사승인 2021.02.05  16: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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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공계진 사)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민주주의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이다. 세상 그 누구도 그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자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자들도 자신의 행위를 민주주의로 포장한다. 우리는 자신의 비민주적 행위를 민주주의로 포장하고자 노력한 수많은 사례를 직장, 사회, 정치 심지어 국가에서도 발견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극단적 사례는 자신의 독재 행위를 민주주의로 포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어느 독자재의 모습이다.

비장애인의 장애인 인권유린에 대한 글을 쓰면서 포장된 민주주의 문제를 굳이 언급하는 것은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이 우리가 그 동안 보아왔던 과거의 포장된 민주주의를 뛰어 넘을 정도로 비열하기 때문이다.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서 장애인이동통로 설치문제가 제기되었다. 장애인이동통로설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편익증진법에 근거하여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관련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휠체어장애인의 이동을 위해서는 인권적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이를 입주자들의 투표에 붙였고, 장애인이동통로 설치는 ‘부결’되었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결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속내를 보면 거기에는 과거의 포장된 민주주의보다 더한 비열함이 숨겨져 있다. 왜냐하면 계단으로 다닐 수 없는 휠체어장애인용 이동통로 설치는 장애인·비장애인 차별금지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그 장애인이동통로 설치 문제를 비장애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 주민투표에 부쳤기 때문이다. 아파트입주자 대표와 관리사무소 소장은 아파트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결정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비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비열한 행위를 민주주의로 포장하여 숨기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필자의 주장의 근거는 그 투표과정에 고스란히 담아져 있다. 투표 과정을 복기하면, △우선 왜 그런 안건을 투표에 붙이는지 찬반 설명을 생략한 채 투표행위에 들어갔고, △투표는 투표용지에 찬반을 기표하여 투표하는 형식이 아니라 A4용지에 동호수가 분명히 적혀 있는 찬·반란에 체크를 하게 하였으며, △선관위원이 투표자 앞에서 ‘장애인 이동통로 설치하려면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을 하며 설치반대를 노골적으로 유도하였다. 즉, 장애인이동통로 설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 행위는 다수결 결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이용하여 소수자인 장애인이동통로 설치를 막은 인권유린 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시흥시 정왕동의 어느 아파트에서 벌어진 문제를 자세히 제기하는 것은 소위 민주주의로 포장한 채 진행되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인권유린을 고발하기 위함이다.

우리사회는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이 많다. 장애인은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적은 사회는 일단 좋은 사회이다. 그러나 그 사회의 주구성원인 비장애인들이 소수자인 장애인을 차별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더 나아가 그것을 민주주의로 포장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시흥시 정왕동의 어느 아파트 사례는 다수인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차별하며 인권을 유린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로 포장하는 비열함까지 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나쁜 사례이다. 이는 시흥시가 나쁜 사회라는 의미가 아닐까? 참으로 씁쓸하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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