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5월의 비 온 뒤 햇살처럼....

기사승인 2021.04.30  17:15:23

공유
default_news_ad2

- [월요단상] 순천향교회 윤민영 담임목사

아내와 함께 주일 저녁에 대공원을 걸었다. 공원은 전체가 아름다운 꽃밭으로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수고한 분들께 감사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공원을 관리하는 시에도 감사했다. 이제 무겁고 어두웠던 긴 터널을 지나 따스한 봄볕 곁에 파릇파릇한 꽃과 새싹들이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 열풍을 예고하는 아지랑이가 서서히 자태를 드러낸다. 봄의 중심에서 향기가 만발하는 5월은 봄과 여름을 연결해 주는 안내의 달이자, 모든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벅찬 감동의 달이기도 하다. 더구나 5월은 기념일이 13개나 되는 놀라운 달이다. 특히 가정과 연관되는 기념일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만든 기념일이 있어서 해야 할 일도 많다. 모두 행복한 삶의 질을 위한 날들인데 실제로는 더 많은 아픔들도 품고 있다. 아픔의 이야기를 읽었다. 
 어버이날이 되었다. 어느 며느리가 미리 시골을 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번 역시 며느리 혼자 시골을 내려가야 할 형편이다. 전날 저녁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러자 시어머님이 대답했다. ‘절대로 내려오지 마라. 절대로! 안 내려와도 괜찮다.’ 그리곤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내는 헷갈렸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어쩌지? 어머님은 절대로 내려오지 말라고 하면서 수화기를 끊으셨는데?’ ‘그래도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마음먹은 김에 갔다 오지?’ ‘그렇겠지? 알았어.’ 다음날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챙겨 시골을 내려갔다. 부지런히. 시골을 도착하는 순간, 어머니가 며느리를 보고 말씀하셨다. ‘이제 오냐?’ 며느리는 생각했다. ‘이제라니요? 절대 내려오지 말라고 하실 땐 언제고요?’ 그럼 어디 며느리들만 할 말 있을까? 시어머니라고 할 말 없을까? 그들의 아픈 마음 한번 헤아려 보자.
어느 시골 부모들이 전답을 처분했다. 서울 아들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서. 아들 내외가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생활이 쉽지 않았다. 외출도 자유롭지 않다. 갑갑증은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 시골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더한 것은 며느리의 태도이다. 며느리는 집에 애완견을 키웠다. 개에게 온갖 맛있는 음식을 다 해 바쳤다. 애지중지하는데 상전이 따로 없었다. 개가 조금 이상하면 당장 병원에 데려간다. ‘우리 집 강아지가 뭘 잘 먹지?’ 하며 간식도 사다 나른다. 어디 그뿐이랴. 미용실에서 염색도 해준다. 목욕도 부지런히 시켜준다. 다정하게 산책도 해준다. 그런데 정작 자기 시부모를 대할 때는 전혀 딴판이었다. 며느리가 하는 짓을 보면 정말이지 화딱지가 났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시아버지가 개집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도대체 나오려고 하질 않았다. 민망해진 며느리가 사정을 했다. ‘아버님, 왜 이러세요? 제발 개집에서 나오세요.’ 그런데 아무리 사정해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며느리는 난감했다. ‘벌써 치매에 걸리실 리는 없으실 텐데, 왜 저러시지?’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아들이 돌아와서야 시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개만도 못한 놈이다.’ 집에 키우는 개는 온갖 정성을 다해서 먹이고, 입히고, 씻겼다.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그런데 부모에게 대하는 태도는 찬바람이 쌩쌩 돌았다. 그러니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결국 그 시부모는 처분해 온 모든 재산을 되돌려 받았다.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런 아픔들이 자녀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없을 수는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아픔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은 아픈 일이 더 많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픈 일을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밤의 길이와 낮의 길이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면 항상 비슷하다. 우리 생활도 좋은 일과 힘겨운 일이 낮과 밤처럼 교차한다. 그런데 어두운 것을 많이 보면 답답하고 우울해서 죽을 것 같고 서로에게 폭발하게 된다. 그러나 밝고 좋은 일들을 생각하면 같은 공간에서도 감사하며 사랑하며 행복하게 된다. 5월의 비 온 뒤 햇살처럼 밝은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감사하며 행복을 만드는 5월을 그려보자.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