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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흥시민들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기사승인 2022.06.13  15: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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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공직 마무리하는 박명희 시흥시보건소장

인생을 살면서 반평생 가까이 한길을 걷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공직자로서 35년 넘는 세월을 무사히 보내고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그 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호흡하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온 동료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년 6개월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라는 전혀 다른 양상의 감염병을 만났지만 시흥시만의 감염병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직 시민의 안전을 위해 힘써온 박명희(59) 시흥시보건소장이 오는 6월 31일자로 공직을 떠난다.

그간 신종플루와 메르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감염병을 슬기롭게 극복고, ‘시민이 건강한 건강도시 시흥’을 만들어 내는데 힘써온 박명희 시흥시보건소장을 만나 차 한잔을 나눴다. -편집자 주-

오는 6월 말로 35년 공직을 마감하는 박명희 시흥시보건소장.

문】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도 벌써 2년 6개월여인 데...

답】 우리나라 첫 환자 발생이 2020년 1월 20일이었고 시흥시에도 설연휴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의사환자가 있어 연휴에 비상근무를 돌입하고 선별진료소를 가동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었다.

2월 9일, 시흥시에 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전국 최초로 확진자 발생 현장에 ‘천막 시장실’을 설치,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당시 행정안전부장관도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시흥시보건소 직원들은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밤낮으로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파악에 주력했었고 나중에는 중앙부처와 시 각 부서에서 지원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문】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직접 상황과 부딪히는 보건소직원들의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답】 정말이지 힘들었던 것은 확진자 동선파악이었다. 게다가 보건소에서 하는 일의 범위와 규모가 사실상 제한이 없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쉴 새 없이 검체 채취, 확진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와 환자 이송 후 방역, 역학조사를 통해 분류된 접촉자의 자가격리 통보, 물품 구성 및 전달, 관리까지 보건소의 역할이었다.

일일 시흥시 확진자 최다 발생 인원이 6천명이 넘었는데, 당시 한정된 인력으로 환자에게 일일이 전화하며 역학조사서를 작성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확진자가 많아지니 당연히 검사 건수도 늘어나면서 선별검사소에 투입됐던 직원들은 검사를 기다리는 늘어선 줄로 맘 편히 화장실 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문】 감염병 대응 시스템,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고 보는데

답】 서서히 일상이 회복돼 가고 있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때 집중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현장경험을 토대로 체계적인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안전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시흥시는 일찍이 코로나19 전담 조직인 감염병관리과를 신설한 바 있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 역학조사팀으로 나누어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청이 컨트롤타워로서 감염병 관리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를 지나며 절감한 것은, 각 지자체가 결국은 시민건강과 직결되는 실질적인 업무수행의 주체라는 것이다.

여름이나 가을에 또 한 번의 유행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고, 원숭이두창의 확산세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감염병은 이제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여겨야 한다. 어떤 감염병이 와도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그래서 중요하다. 감염병관리과를 중심으로 체계를 정리하고 있다.

 

문】 ‘건강도시 시흥시 조성’에 기울였던 노력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답】 2020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5만 명으로 총인구의 15.7% 수준이다. 2030년에는 1306만명, 2070년에는 1747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시흥시는 지역보건의 차원에서 출생률을 높이고 고령화사회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역보건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시흥형 치매관리정책이다. 시흥시에는 현재 3개권역의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여기서는 1·2차 치매 무료 선별검진, 필요한 경우 관내 병원과 연계하는 원스톱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흥시민이라면 누구나 센터 이용이 가능하고 진단과 사후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지역중심형 책임제를 통해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과 노인 부부 세대는 직접 찾아가 일상생활 수행 훈련이나 인지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치매활동가와 동네의원, 경찰 소방서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해 치매환자 거주지 중심의 안전망을 구축했다.

 

문】 35년간 공직생활의 소회와 남겨진 후배 공직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답】 1987년부터 보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모든 시민이 건강한 도시 조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지역보건이라는 개념은 방대하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마음건강까지 시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들을 관할한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는 ‘숨쉬는 놀이터’, 어르신들의 일상 속 건강생활을 향상하기 위해 보건소 앞 유휴공간에 생활건강증진 광장을 만들어 늠내건강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시도가 그것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이 깊숙이 개입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지난 35년간의 목표였고 어느 정도의 성취와 보람이 있다.

특히 생업에 바빠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는 시화산단 근로자를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건강관리팀을 조직해 대응했고, 정왕권 육아환경 개선을 위한 다가치키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부지역에 중부건강생활지원센터를 만들어 소생활권 지역보건을 활성화했다. 건강에 있어서만큼은 시민 누구도 소외받지 않도록 건강형평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왔다고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시흥시민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울인 지난 35년간의 노력들이 시민의 삶에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적용됐으면 한다. 이제 공직을 떠나지만 시흥시 지역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방안들을 고민할 것이다.

한편으로 미안한 점은 코로나 환자 발생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여전히 시민의 건강을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을 남겨둔 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미안함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그대들은 진정 시흥시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고 있는 참다운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이희연 기자 shnews1@naver.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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