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봄의 훈풍을 기다리며

기사승인 2023.02.03  16:11:21

공유
default_news_ad2

- [월요단상] 천향교회 담임목사 윤민영

 나는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이 하루, 일과 중의 하나다. 점심을 먹고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면 소화도 잘 되고 마음도 상쾌해진다. 마스크를 끼고 걸으면 호흡은 답답하지만 나를 조금 숨길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할 때도 있다. 요즘 걸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죽은 듯이 메말라 있다. 잔디는 노랗게 물들어 숨이 멎어 있다. 나뭇가지도 앙상할 뿐이다. 혹 상록수(常綠樹)들은 푸르름을 뽐내고 있지만,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싱싱하지 않은 빛깔에서 숨길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걷는 발바닥 아래는 동토(凍土)이다. 종종 녹지 않은 눈이 영원히 녹지 않을 듯 버티고 있다. 자동차들이 두려워하는 블랙 아이스가 걷는 나를 조심스럽게 한다. 미끄러운 길을 걸을 때는 보폭을 좁히는 것이 좋다고 하여 종종~~ 걸음으로 걷지만, 휙! 하고 미끄러질 때는 등짝이 오싹해진다. 미끄러질 뻔한 다음에는 아예 미끄러운 곳을 피하여 걷는다. 세상은 온통 차디찬 겨울 뿐이다. 겨울이 매우 깊어서 따뜻한 날이 올까? 봄날이 기대되지 않을 것 같은 차가움이 나를 움츠리게 한다. 봄의 기운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 봄이 보이는 것 같다. 봄이 올 것 같은 생각이 가득해진다.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동장군(冬將軍)이 아무리 거칠게 휘몰아쳐도 두고 봐라. 따뜻한 훈풍이 불어올 것이다. 따뜻한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작은 훈풍 일지라도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생명이 회복되는 숨소리가 들릴 것이다. 
 봄의 훈풍은 생기를 준다. 생기는 죽은 것을 살린다. 생명이 있기에 아름답다. 생명이 있기에 의미가 있다. 생명이 있기에 목적도 있고 가치도 있다. 그 생명은 따뜻한 봄바람에서 시작이 된다. 따뜻한 훈풍이 소리 없이 밀려오면 작은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꿈틀꿈틀 새순이 솟아오를 것이다. 노랗게 물들어 죽은 것 잔디는 그 죽음의 메마른 대지에서 성급한 새싹이 먼저 얼굴을 내밀고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죽은 땅을 살려내는 따뜻한 생명의 기운에 소망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나는 봄이 되면 감탄하는 것이 있다. 연녹색의 보드라운 여린 나뭇잎들이 나무에 가득 매달린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 나뭇잎을 만들어 달아놓으라면 겨울, 내내 달아도 못 달을 것이다. 몇 년을 달아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생명의 기운이 있는, 곧 찢길 것 같은 보드라운 연녹색 나뭇잎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하나님의 영역이다. 이런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바람 속에서 살짝 회복의 미소지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봄은 바라봄의 영역이다. 바라봄은 관심이자 위로다. 바라볼 때 신비스러움이 있다. 지금은 귀 부리를 얼어붙게 하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콧등이 딸기가 될 만큼 빨갛고 콧물이 추하게 흐르는 추위를 가로질러 걸으면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생명이 회복되는 소리다. 내가 꿈꾸는 봄은 영혼의 봄이다. 옥토 같은 대지에 꽃들이 만개(滿開)하듯 피어나는 그런 영혼의 봄날이다. 사랑과 기쁨 그리고 찬송과 감사로 가득 찬 인생의 봄이다. 그 맘에 훈풍이 불고 햇볕은 따사롭다. 봄은 언제나 새로운 회복이다. 지금 아픔이 영혼의 봄바람에 녹아내리고 훈풍을 불게 하듯 하나님의 훈풍이 내 영혼에 불어오면서 찬란한 영광이 빛나는 새로운 회복의 아침을 맞고 싶다. 추위와 어둠은 하나님의 훈풍을 이기지 못한다. 차가운 바람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그 앞에 움츠리고 있지만, 훈풍을 주시는 그분을 믿고 우리 영혼에 훈풍이 불어올 것을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 힘이 난다.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봄은 온다.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기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마음은 봄을 향해 달려가지만, 날씨는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이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봄이 온다. 겨울이 마음의 ‘얼어붙음’이라면, 봄은 ‘풀림’이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영혼의 봄을 바라보며 위로와 행복을 기도한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