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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이야기

기사승인 2024.06.21  15: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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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현여-법륭사 주지스님

지난해 부처님 오신 날, 도반 스님이 회색 호랑이 무늬가 있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장독대에서 데려왔다. 

부처님 오신 날 오후에 비가 내렸는데, 비에 맞아 체온이 떨어져 몸이 굳어간다고 했다. 스님은 욕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새끼 고양이를 씻기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 급히 털을 말려주었다. 그 후 작은 상자에 담아 내게 가져왔다. 

도반 스님에게 새끼 고양이를 사람이 만지면 어미 고양이가 데려가지 않는다며 나무랐다. 도반 스님은 어쩔 수 없었다면서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벌써 죽었을 거라고 했다. 

얼마 전 공양주 보살님이 장독대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비가 오니 급히 자리를 옮겼는데, 그중 병들고 약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버리고 간 듯했다. 

공양주 보살님을 불러 새끼 고양이가 담긴 작은 상자를 주며 잘 길러 보라고 했다. 공양주 보살님은 이 어린 것을 어떻게 키우냐며 난감해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신도들 자녀들도 절에 와 있었는데, 그중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새끼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 키우겠다고 했으나, 집에 이미 고양이가 있었는지 엄마와 몇 시간을 이야기하고 싸우다가 결국 두고 가기로 했다. 새끼 고양이를 두고 가는 것이 마음이 아팠는지 인터넷 쇼핑으로 아기 고양이용 분유와 젖병을 법륭사로 시켜 놓고 떠났다.

다음 날 아침, 분유와 젖병이 도착해서 우유를 먹였더니 회복되었다. 다른 고양이가 해코지할 수도 있어서 작은 박스에 뚜껑을 덮어 마당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가끔씩 울었는데, 건강한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어쨌든지 절과 인연이 되었으니 키워 보려고 생각했다. 혹여나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어미 고양이가 와서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며칠이 지나 우연히 탁자 위 새끼 고양이 상자를 보니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도망쳐 버렸다. 혹시 어미 고양이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뚜껑에 눌러 놓았던 벽돌을 치우고 상자 뚜껑도 열어 놓았다. 

얼마 후에 가 보니 새끼 고양이를 물고 갔다. 나는 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어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무렵 새끼를 낳은 다른 길고양이 어미였다. 이 어미 고양이는 자기 새끼 둘을 데리고 절로 들어왔다. 그 새끼 고양이는 우리가 구한 새끼 고양이보다 훨씬 컸다. 공양주 보살님에게 고양이 사료를 사 주며 “저 어미 고양이 밥을 잘 챙겨 주라”고 했다. 어미 고양이가 건강해야 새끼 고양이를 잘 돌볼 것 같았다.

공양주 보살님이 어미 고양이에게 꼬박꼬박 밥을 잘 챙겨 주니 새끼 고양이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얼마 후, 큰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분가시키고 나서도 데려간 작은 새끼 고양이는 곁에 두고 끝까지 키우다 사라졌다.

그 후 1년이 지나 부처님 오신 날 즈음, 공양주 보살님이 큰 회색 호랑이 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편안하게 절도량을 돌다 갔다고 했다. 느낌으로 지난해 절에서 자란 새끼 고양이 같다고 말했다. 회색 호랑이 무늬 고양이가 어린 시절 지냈던 절도량을 한번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새끼 낳은 어미 고양이들은 다른 어미 고양이의 새끼들도 잘 돌봐 준다고 한다.

다음 해 부처님 오신 날, 나도 절도량을 거니는 회색 무늬 고양이를 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컸을까? 회색 옷 입고 머리 깎은 스님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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