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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모두가 맛 볼 권리

기사승인 2024.08.09  15: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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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홍갑표-시흥장애인종합복지관장

두어 달 전 쯤 군포의 복지관 관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지인이 시흥어울림국민체육센터(정왕동)에서 열리는 장애인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하는데, 대회를 마치고 장애인 2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다.
체육센터 근처에 맛집은 많지만 경사로 등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20명이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불행하게도 없다. 때문에 체육센터에서 좀 멀리 떨어진 식당을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역에서 시흥으로 오는 손님인데, 체육센터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점을 안내할 수 없어서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다.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손상으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라고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1980년대 WHO에서 장애개념을 정리한 ICIDH에 근거한 낡고 수정되어야 할 개념 정의다. ICIDH는 손상 때문에 능력의 제한이 있어서 사회적 불리를 받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분류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정의와 개념은 맞는 것일까? 손상 때문에 할 수 없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체적 손상이 있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저상버스가 있으면 버스를 탈 수 있고, 핸드컨트롤러가 있으면 운전도 할 수 있다. 사회적 환경이 작용하면 손상이 있더라도 사회적 제약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WHO에서도 장애의 개념정의를 ICF로 다시 정의했다. 우리나라도 비준 동의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장애는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개념이며, 또한 장애는 다른 사람과 동등한 기초위에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과 손상을 지닌 개인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야기된다”라고 전문에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개념정의는 장애가 개인적인 손상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모든 시설과 환경이 손상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설계되어 작용하면 장애는 발생하지 않는다. 장애가 장애아닌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도시의 시설과 환경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가동되고있어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장애인의 존엄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며 인권의 보편성을 말하지만 계단과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등의 장벽 앞에서 장애인은 존엄함을 침해당할 뿐이며 인권은 보편적일 수 없다.
때문에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고 모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의 도시는 재설계되어야 한다. 장애인권리협약에 비준 동의한 당사국은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 및 농촌지역에서 장애인의 물리적 환경, 대중교통, 정보통신기술 및 체제를 포함한 정보통신 그리고 대중에게 개방 또는 제공되는 기타 시설이나 서비스에,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접근하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취하야 한다”고 협약 9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했고 선택의정서에도 비준 동의한 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체없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참여를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들을 해체하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도시를 재생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것은 차별과 배제로 연결된다. 필요성은 알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효율성의 문제로 무장애도시정책 추진을 미루는데 그것은 장애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을 유보하는 것이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방치하는 것이다. 도시의 모든 시설을 모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시설로 만드는 것은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명인 것이다.
시흥에는 맛집이 정말로 많다. 정왕동에도 많고, 물왕호수 일대에는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시청주변과 은계호수 주변, 배곧신도시에도 맛집들로 성황을 이룬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맛집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용가능한 편의시설들이 보물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너무 적어서 당황스러운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환경에서 장애인들은 식사 약속을 하러 나갔다가 경사로가 없으면 휠체어에서 분리되어 사지가 들린 채 들어가야 하는 모욕을 감내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이다. 장애인도 귀댁의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시흥의 맛집 사장님들께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 설치 등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하루빨리 장애인이 차별과 배제없이 어느 식당이든, 어느 시설이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의 전환을 촉구한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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