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단상】
이정숙 나움평생교육원 대표 |
경기도에 두 번째 과학고 설립을 놓고 지자체간 경쟁이 뜨겁다.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과학고 설립을 찬성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시흥시는 최근 학부모와 교육전문가, 시민들을 주축으로 ‘과학고 유치 추진위원회’ 의 발대식을 갖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고 설립에 대한 찬반 논란이 많지만, 필자는 과학고 설립에 찬성한다. 과학고가 반드시 시흥시에 설립되었으면 좋겠다. 과학고가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넘치는 이공계 인재들에 비해 그들을 수용할 과학고가 부족하다.
2023년 과학고 중에서 경기북과고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00명 모집에 800명이 지원하며 8대1로 마감했다. 2019학년 9.95대1, 2020학년 10.4대1, 2021학년 8.51대1, 2022학년 8.5대1로 일반전형에서 매년 압도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과고는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하기 때문에 그해 지역 중3 학생 수가 고입자원이 된다. 교육통계서비스 학년별 학급 수 및 학생 수 자료를 보면 2023년 경기 중3 학생 수는 13만1442명으로 전국 45만495명의 29.2%를 차지한다. 고입 자원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도 모집인원은 1개교 100명으로 부족해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기도 학생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에 비해 과학고 진학에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둘째.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능력은 재능이고 적성이다. 적성에 맞는 교육은 꼭 필요하다.
파리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적성을 살려서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의 선전 소식을전해 듣는다. 예체능의 영재성을 보인 학생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많은 수고와 헌신이 필요하다. 재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필자는 공부도 하나의 적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고 설립에 많은 예산이 들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별한 적성을 가진 영재를 키우는데 많은 예산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부에 적성에 맞는 학생들이 마음껏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과학기술 인재양성’ 이라는 교육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과학고가 의대 진학을 위한 통로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20개의 과학고 계열별 진학 현황을 살펴보면 의대를 진학한 학생수가 한명도 없는 학교가 10개교에 달한다. 의학계열 진학자가 있는 나머지 학교도 전체 졸업자 중에서 의학계열 진학한 학생의 비중이 적다. 그 이유는 교육부의 ‘의대진학 불이익’ 명시 공고에 있다. 이러한 불이익에도 의대 진학을 꿈꾸는 중학생이 과학고 진학을 염두해 둔다면 다른 대안을 찾길 권한다.
과학고는 교과 과정이 실험과 연구중심으로 편성되어 있고 내신을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수시 지원이 쉽지 않다. 정시를 생각한다면 자사고가 훨씬 유리하다. 실제 과학고 졸업생들은 대부분 카이스트 같은 이공계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고 있다. 과학고는 이공계 인재양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과학적 소양과 적성은 사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학고가 설립되면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아이들이 더 심한 경쟁에 노출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반대한다. 과학고나 영재고를 입학시키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과도하게 경쟁에 몰아넣는 부모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학고는 입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1학년부터 시작되는 과학고 내에서의 깊이 있는 수업에 적응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만들어져서’ 입학하는 아이들은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모의 욕심만으로 영재를 만들 수 없다. 타고 난 과학영재들을 어릴 때부터 남다르다.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고, 사물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과학고의 입시 전형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다. 과학고 입시는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독서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메타 인지 능력과 독서를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입학이 어렵다는 말이다.
넷째, 시흥에 유치되면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과학고등학교로 운영이 가능하다.
시흥에 과학고가 설립되면 현업의 전문가와 연계된 특화형 프로그램으로 운영 될 수 있을 것이다. 시흥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최근 바이오클러스터로 지정을 받아서 바이오산업 전문들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서울대병원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바이오 미래 인재를 양성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상황이다.
변화하는 입시정책에 발맞추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적성을 발휘하기 위한 특수목적을 가진 고등학교가 시흥에는 없다. 시흥에 사는 학생 중 예체능에 적성이 있거나 공부에 타고난 적성을 보이는 아이들은 타 지역의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흥시에 과학고가 생긴다면 교육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한 아이들이 시흥시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학고가 시흥에 설립되면 미래 과학영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흥시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도시이다. K-바이오도시로 도약하면서 시흥을 넘어 세계를 이끌 미래 인재를 시흥에서 성장 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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