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단상)박혜성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정책학박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명절에 자식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낼 때면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그때는 명절이 그저 고단하고 부담스러운 시간으로만 느껴졌었다. 온 가족이 모인다는 기쁨이 있었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과 여러 가지 챙겨야 할 일들에 눌려 명절은 그저 넘겨야 할 하나의 의무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두 분 시어른이 모두 돌아가시고, 친정 아빠만 남으신 지금에서야 그 북적북적했던 명절 풍경이 조금씩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명절은 피곤하고 번거롭긴 했어도, 그 안에 담겨 있던 따뜻한 가족의 정과 전통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아빠는 자식들이 힘들까 봐 명절마다 상경하셔서 우리와 시간을 보내곤 하셨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각자 자신의 공간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하면서, 우리 가족의 명절 풍경은 변화를 맞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명절을 보내는 방식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차례를 지내기보다는 가족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위가 길었고,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아빠도 점점 힘들어하셔서 올해는 그냥 쉬기로 했다.
매년 새로운 여행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인 제부가 제안한 코스는 너무 활동적이어서 오히려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 추석부터는 편안한 코스로 수정해 편히 쉬며 추억을 나눌 수 있기를 강력히 건의하고 그 의견대로 진행하고자 결정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휴식은 설날로 미루어야 할 듯싶다.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없지만, 그 방식이 시대와 상황에 맞게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문득,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명절의 의미와 가족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이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가족 중심의 명절 풍경이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명절 풍경뿐만이 아니다. 대학교에서조차 AI나 디지털 기술이 붙지 않으면 학과 모집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우리는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 가치를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위는 여전히 중요한 명절이다. 가족이 모여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은 여전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방식이 달라질지라도 명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차례상 대신 여행지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의 가치를 새기는 시간이 명절의 모습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전통의 의미를 이어가는 것이다.
결국, 명절의 풍속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도, 가족 모두가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그동안 쌓인 회포를 푸는 소중한 시간을 잃지 않는다면 명절의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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