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기고>
이종근 부천시흥원예농협 조합장. |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도 해가 바뀌면 너나없이 ‘희망찬 새해’를 외쳤다. 올해만큼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힘들었던 시절이 또 있었나 싶다. 세밑에 온 국민을 슬픔에 빠트린 제주항공 참사. 비상계엄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생긴 참사라 더욱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겼다. 새해 인사를 건네는 손길도, 메시지도 예전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기만 하다. 좁은 국토에,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인 이 작은 나라에서 2024년 참 많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025년 새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환율은 지속되고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소상공인 폐업도 줄을 잇고 있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일자리 감소는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난세의 영웅처럼 누군가 나타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진영논리에 붙잡힌 사람들, 흑백논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우리편’이 권력을 잡지 않으면 마치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이야말로 지금의 세태를 만든 밑바탕인지 모른다. 지구 반대편의 어느 나라 정치 상황이, 경제 정책이, 바이러스가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세상에 살면서 고리타분한 논쟁과 좁은 식견을 고수하는 건 모두를 힘겹게 한다.
AI 시대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은 이미 저만치 앞서 기술투자를 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는데 우리는 소모적 정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자괴감을 떨치기 힘들다. 지도자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지만, 밝은 눈을 가진 시민이 결국 능력 있는 지도자를 발굴하고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푸른 뱀의 해, 2025년 새해는 모두가 과거의 허물을 벗고 밝은 눈으로 새롭게 정진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특히 예측하기 힘든 기후변화 속에서도 농사에 전력을 다하는 농민들이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성실한 이웃들이 건승하는 을사년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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