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단상)현여-법륭사 주지스님
법륭사는 시흥시 하중동 샛말 공원 옆에 자리하고 있다. 하중동은 예전에는 ‘샛말’이라고 불렸다. 마을의 윗쪽에는 관곡지가 있어 ‘관곡’이라 불렸고, 아래쪽으로는 시흥시 등기소가 위치한 ‘성마루’가 있다. 관곡과 성마루 사이에 있다고 하여 이곳을 ‘샛말(間村)’이라 불렀다.
하중동 농협은행 옆 공영주차장 한 구석에는 운치 있는 은행나무 고목과 샛말 마을을 알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에는 400년 전 경주 최씨가 이곳에 처음 정착하여 살기 시작했으며, 이후 법륭사 터에 고성 이씨가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샛말 마을은 1989년에 경기도 시흥군 수암면 하중2리에서 시흥시 하중동으로 승격되었고, 1995년에는 하중동지구 공영개발로 인해 103가구, 358명이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다고 한다. 비석의 마지막에는 “동네 사람들과 정겹게 살던 그리운 시절을 그리며 따뜻한 정과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여기에 새겨 둔다”라고 적혀 있다.
비록 샛말 마을은 사라졌지만, 2000년에 조성된 샛말 공원이 그 이름을 지키며 남아 있다.요즘 샛말 공원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나무들을 보며 그들이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고 가을이 되면 스스로 잎을 떨구는 모습에서 자연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온몸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이 모습은 비울 줄 아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루어지고(成), 머물고(住), 무너지고(壞), 비워진다(空)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도 태어나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음(死)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다.
큰스님들께서는 우리의 몸이 마치 전세로 빌린 집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언젠가는 그 집을 비워주어야 하듯이, 우리도 죽음을 맞이할 때 몸과 재산을 모두 돌려주고 인연들과 이별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소유라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덧 가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달력 한 장이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다. 세월은 어떤 식으로든 흘러간다. ‘샛말(間村)’이라는 뜻처럼 우리도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 시간과 공간에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삶을 가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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