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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동자는 안중에 없는 사람들

기사승인 2019.06.15  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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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공계진 사)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2014년, 예산까지 통과된 비정규직센터(노동자지원센터) 설립이 지방선거 후 절차상의 문제를 트집 잡은 의회의 딴 짓에 의해 무산되었다. 사소한 절차가 비정규직의 생명줄을 끊어버린 어이상실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9년, 역시 예산이 통과된 비정규직센터의 개소가 6월이 넘어가도록 미뤄지고 있다. 사업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말할 수 없는 예산을 배정해놓고, 그도 모자라 개소를 미루고 있다. 이유라도 그럴듯하면 예산의 터무니없음에 대한 분노를 참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시청공무원이 말하는 “공간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정말 어이상실이다.

시흥시청이 위탁하는 비정규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이 관장하는 공간(시청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이 관장하는 공간은 주민센터, 에코센터, 보건소, 청년창업센터 등등등 많고 많다)을 내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 원 이하짜리의 민간소유의 공간을 찾고 있다. 그 이상은 안 된다며 찾는 그 가격대의 공간 면적은 책상 2개와 복사기 등을 놓으면 꽉 차는 7평 남짓의 공간이다. 근데, 그 정도 면적의 공간을 시청이 내줄 수 없다고? 지나가는 소가 웃고, 세 살짜리 아이가 배꼽을 잡을 일이 시흥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민간소유의 건물을 임대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시흥시는 3월 12일 위탁공고를 해놓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5월 2일 위탁기관을 확정해놓고도 움직이지 않다가 5월 31일 시흥연대의 간부들이 기업지원과를 방문, 지연에 항의하고 조속한 개소를 촉구하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센터 공간은 오리무중 상태이다. 오죽하면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의 한구석을 얻어 사용하면 어떤가” 하는 소리가 나올까.

2014년 절차를 핑계 삼아 비정규센터 설립을 뒤집은 행위와 2019년 공간을 이유로 개소를 차일피일 미루는 행위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흥시의원들은 공무원을 탓하고, 공무원들은 시흥시 의원 눈치 보며 미룬다고 하지만 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들이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 절박함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런 천박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 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정말 급한 환자는 의사를 보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학병원 의사를 욕하기도 하지만 대학병원 의사가 환자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환자진료를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려와 환자에 대한 애정과는 무관하게 진료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흥시 공무원들이 대학병원 교수들의 예를 들고 싶어 할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시흥시 공무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대학병원 의사와는 전혀 다르다. 정말 예산이 없고, 장소가 없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비정규직센터의 개소를 뒤로 뒤로 미루는 것일까? 단언컨대 그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의 안중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책상머리에 앉아 대해주는 보잘 것 없는 민원인에 불과할 뿐이다.

행정에는 측은지심이 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그들이 홀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나라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이고, 공무원들은 비록 작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내는 세금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이므로 진심을 갖고 그들을 대해야 한다. 거지에게 적선하듯 예산배정하고, 거지 잠자리 물색하듯이 비정규직센터 공간을 찾는 태도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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