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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백이 있는 날

기사승인 2019.02.15  16: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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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박진호목사(신언교회)

예전에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함께 사역했던 여자 전도사님의 재미있는 일화가 생각이 난다. 집이 면목동이고 교회는 하남인데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새차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운전하고 출근하는 날이였다. 초보운전이라 일찌감치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긴장을 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어떻게 운전을 하고 왔는지 어느 길로 왔는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초긴장 상태로 운전을 하고 무사히 교회에 도착을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 얼굴이 화끈 거리고 창피함을 감출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내릴려고 보니까 백미러가 접혀져 있었던 것이다. 곧 백미러가 접혀져 있던 상태로 운전을 했고 한번도 백미러를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운전 초보라 백미러를 보는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은 이 전도사님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살다보면 인생의 초보 일때가 많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이제 막 군대의 입대한 훈련병,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사장,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하나 하나 볼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우리 한글 사전에 보니까 여유라는 말뜻이 “넉넉하고 남음이 있는 것” 또 하나 다른 뜻은 “덤비지 않고 사리를 너그럽게 판단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시간이 좀 여유 있었으면 좋겠다. 또는 물질이 조금 여유 있었으면 좋겠다. 또 좀 마음에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여유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살아가는 삶을 보면 “빨리 빨리”라는 의식 속에 여유 없이 생활 할 때가 많다. 식사를 할때보면 “개 눈 감추듯 먹는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급하게 해치우는 것을 본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두세 시간에 걸쳐서 이야기하면서 웃어가면서 서두르지 않고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식사를 한다. 그렇게 먹고 문을 나서면 차 근처에 와서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도 되는데 벌써 나서기 전부터 손에 열쇠를 붙잡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문이 닫히기도 전에 먼저 닫힘 버튼을 먼저 눌러 버린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이 있지만 어느새 잔디밭에 길이 생긴 경우들이 많다. 이유는 주변을 돌아가는 것보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야 빨리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동을 걸자 마자 바로 떠난다. 세계에서 제일 빨리 빨리 서두르는 나라가 우리 나라와 일본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빨리”부지런히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빨리빨리 부지런히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한다면 마음의 여유를 가져봄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여유는 마음의 한구석을 비워놓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황금률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은 여유 없인 불가능하다.
요즘은 책을 만들 때 책을 편집하는 이들이 중간, 중간에 여백을 만들어 독자가 들어가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주차 공간이 없는 식당은 영업이 안된다. 어떤 분들은 도심을 떠나서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단독 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고 한다. 이유는 녹지 공간이 넓어서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은 오직 직장생활, 가정생활에만 몰두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진정한 여유는 나를 위한 여유가 아니라 남을 위한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나를 위해서는 이제 많이 여유로워졌다. 나름대로 취미생활로, 여행으로, 나를 꾸미는 것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웃들과의 관계는 더 삭막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그마한 실수를 그냥 웃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오해나 착오가 생겼을 때 서로 따지고 나무라고 말다툼하기보다는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과부터 먼저 하는 마음의 여유가 아름답다.
아파트나 할인점, 은행 등의 여닫이 문을 드나들 때 바로 뒤에 사람이 따라오면 문을 놓아버리기보다는 문을 붙잡은 채 기다려주는 마음의 여유가 진정 아름답다.
재미로 하는 운동경기 중에 상대와 의견이 다를 때 끝까지 나 옳다고 고집하면서 우기기보다는 내 뜻을 잠시 접고 상대의 주장을 따라주는 마음의 여유가 아름답다.
오늘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있는 날을 가져보자.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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