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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장 좋은 친구는 배우자?

기사승인 2019.06.21  17: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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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윤민영 담임목사(순천향교회)

가장 모범적인 부부라고 생각하는 지인 한 분이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신중하게 들었다. 졸혼 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졸혼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당황스러웠다. 졸혼이란? 결혼(婚)을 졸업(卒)한다는 의미로 부부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결혼 형태다.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이라는 책을 내면서 알려졌다.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황혼이혼과는 차이가 있다. 황혼이혼은 199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로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유지한 50대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결혼 생활에 만성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독립 등을 계기로 발생한다. 졸혼 상태의 부부는 혼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산다. 별거하는 부부도 있으나 대개 정기적으로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부부 사이에 불화로 인해 헤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동안 자녀를 키우면서 누리지 못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틀을 깨지 않고도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점에서 자녀들이 독립한 후 결혼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졸혼을 생각하는 부부가 있을 것 같다. 졸혼을 자기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위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게 말한 분은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살려는 생각이라기보다는 부부 사이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원만하고 좋아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불편한 마음이 컸던 것이다. 그 분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아내의 급격한 변화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남편의 말을 잘 들어주기도 하고 남편의 말이면 다소곳이 따라주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상처가 되는 상상할 수 없던 독한 말을 하기도 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지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부는 좋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이지만 불편한 마음이 들면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힘들기도 한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변하는 아내를 감당할 수 없어서 졸혼을 생각해 보았다는 것이다. 이혼보다는 조금 너그럽게 생각한 것이지만 힘들어서 털어 놓은 이야기일 것이다. 오죽 힘들면 그런 말을 했겠나 싶으면서도 황혼의 더 나은 부부생활을 고민해 보게 되었다.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지는 노년의 모습에 대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노부부가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은 제일로 꼽는다. 결혼을 하네 마네, 계속 사네 마네 해도 우리들 속에는 서로가 짝을 이루어 다정하게 살며 해로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좋은 일로 여기는 마음이 대부분이다.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어가는 것을 해로라고 하는데, 해로동혈(偕老同穴)에서 온 말로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이다. 생사를 같이하자는 부부의 굳은 맹세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부부생활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지만 그래도 해로 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이 들어서 새삼스럽게 할 말도 없고, 하도 오래 살아서 이제는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식의 부부, 말만 꺼냈다 하면 결국 싸움으로 끝나니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게 최고라고 하는 남편과 아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화 없이는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없다. 그러니 무엇보다 대화가 먼저다. 물론 내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듣는 훈련이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서 듣기 연습의 기본은 무슨 말이든 입에서 튀어나오려 할 때 한 호흡만이라도 참으며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하나씩 맞춰나가며 남은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 황혼이라고 부를 때까지 부부가 함께 살아 온 것만으로도 인생은 크게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 깨뜨린다고 더 좋은 만남은 결코 없다. 상대방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부부관계를 잘 정비하고 점검한다면 오늘도 여전히 내 옆에 머물고 있는 배우자가 그래도 나와 가장 호흡이 잘 맞춰진 가장 좋은 친구이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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