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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자

기사승인 2019.12.06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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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박진호 담임목사 (신언교회)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라며 전라도 사투리로 구수하게 내 뱉는 영화 대사가 생각이 난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중한 것과 딸이 생각하는 중한 것이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나는 음식을 가리는 것이 별로 없다.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도 없다.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따로 없다. 감사한 것은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목회하는데 참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음식을 먹으러 갈 때면 “나 이것 먹고 싶으니까 이 음식 먹으러 갑시다”라고 내 주장을 내세우는 일이 별로 없다. 거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식성에 맞추는 편이다.
그렇다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가끔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이것 먹으러 가면 안되겠느냐고 주장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바로 철수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먹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꼭 그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 그래서 부부가 회식하기로 하고 서로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장하다가 결국 서로 싸우고 그날 회식을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음식 먹는 거에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쓰지만, 옷을 사 입는 것에는 매우 인색한 사람도 있다.
식사비로는 몇 만원 아니 십만원도 우습게 쓰면서 주차비 몇 천원 나가는 것은 목숨 걸고 사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차비가 아까워서 도로변이나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했다가 앞창 유리에 몇만원짜리 주차위반 딱지 붙어 있었던 적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리처드 칼슨은“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라는 책에서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사소한 것에 연연하며 끙끙대며 사는 경우들이 너무 많다”라고 주장한다. 곧 현대인들이 아주 사소한 일에 매달려 끙끙대느라 에너지를 낭비히고, 인생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리차드 칼슨의 주장대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웃자고 만들어낸 이야기이겠지만 어느 교회에는 강대상 오른쪽에 있던 피아노를 왼쪽으로 옮기는데 3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오른쪽에 있는 피아노를 왼쪽으로 옮기는 데 한 시간이면 옮길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3년이 걸린단 말인가?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이겠지만 사소한 일에 목숨 걸면 3년이 아니라 평생 옮기지 못하고 그 피아노는 오른쪽에 두어야 한다.
솔로몬이 전도서를 통해 말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적용시킨 말이 있다고 한다면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라”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것이 중요한 줄 알고, 목숨 걸고 그것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나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목숨 걸었던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싸움을 하고 난 다음에 후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소한 일에 목숨 건 자신에 대한 후회이다.
점심이 국수면 어떻고 밥이면 어떤가? 분홍색 커튼이면 어떻고 흰색 커튼이면 어떤가?
우리는“네가 맞네, 내가 맞네”하며 선악의 분별에 목숨 걸고, “네가 더 죄인이네, 내가 더 죄인이네”하며 죄의 경중에 촉각을 세우는 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내일 일은 난 모른다고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한 달 뒤를 보고 일년 뒤를 보고 나아가 일생 그 이후를 보고 원대한 꿈을 키워나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사소한 일에 얼굴 붉히지 않게 되고,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게 된다.
올해도 달력 마지막 장에서 몇일이 남겨 있지 않다.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다보니 올해도 다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안있으면 새해가 또 다가 올 것이다. 그렇게 힘든 날들도 다 지나갔다. 그렇게 아둥바둥하며 살던 날들도 다 지나갔다. 이거 아니면 안될 것처럼 얼굴 붉히며 싸우던 날들도 지나갔다.
큰 그림을 마음에 그려보자. 앞만 보지 말고 최대한 멀리 보자.
지금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여러 가지로 힘들다고 주저 않을 필요가 없다.
이것을 그리스도인들은 천국을 보며 사는 신앙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주 지금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질문이 무의미한 행동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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