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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기사승인 2023.03.17  16: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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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윤민영-순복음천향교회 담임목사

백범 김구는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고 하였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견뎌야 따뜻한 봄날에 꽃이 필 수 있는 현상을 춘화현상(春化現象 Vernalization)이라고 한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우리 대한민국 교민이 조국을 방문하고 호주로 돌아가는 길에, 길가에 흐드러지게 노랗게 활짝 핀 개나리꽃이 표현할 길 없을 만큼 예뻐 보였다. 개나리 나무는 생명력이 강해서 꺾꽂이할 수 있는 나무다. 나뭇가지를 꺾어서 수분이 있는 흙에 꾹! 꽂기만 하면 나뭇잎이 피고 뿌리가 내린다. 호주에서도 그 예쁜 꽃을 구경하고 싶어서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꾹 눌러 심었다. 동물이나 식물은 검역절차 때문에 다른 나라로 가지고 가기 쉽지 않지만, 개나리의 생명력 때문에 작은 가지를 가방에 넣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호주의 집들은 대부분 예쁜 정원들을 꾸미고 산다. 정원에 심은 개나리 나무는 죽지 않고 고맙게 잎이 피고 뿌리를 내려 생명을 이어갔다. 이듬해 봄,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분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보다 더 무성하게 자랐다. 그런데 노란 개나리꽃은 피지 않았다. 첫해라 그런가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한국처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매서운 추위의 겨울 맛을 보지 못해서 노란 개나리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춘화현상을 겪지 않으면 개나리 나무에서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춘화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이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출신의 모데카이 브라운(Mordecai "Three Finger" Brown)이다. 그는 1876년에 태어났다. 7살 때 아버지를 따라 농장에 갔다가 농기구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다. 치료했지만 결과는 집게손가락을 완전히 절단하였다. 가운데 중지 손가락은 골절되어 평생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모데카이에게 충격인 것은 두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야구선수가 꿈이었기 때문이다. 야구선수 중에도 투수가 꿈이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손가락을 잃은 것이다. 7살 때 꾼 야구 투수의 꿈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그러나 모데카이는 투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 피나는 연습으로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자기만의 기술을 개발했다. 사용할 수 없는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도 강속구와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모데카이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비교적 늦은 26세의 나이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데뷔한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밖에 쓸 수 없는 핸디캡이 존재했기에 세 손가락을 쓰는 그립의 커브볼을 직접 개발하여 주무기로 사용했다. 이 커브볼은 오늘날의 스플리터나 포크볼과 유사한 궤적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커브볼과 3루수 출신으로서의 뛰어난 수비력, 그리고 데드볼 시대 당시에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모데카이는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된 뒤 9년간 1.75 ERA(조정평균자책 157)와 186승을 기록하며 컵스의 두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에이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두 손이 멀쩡한 컵스의 투수들은 백 년 넘게 우승컵을 못 들었지만, 그의 커브볼을 따라 하려던 투수들이 매우 많았지만, 특유의 세 손가락 커브볼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짜 모데카이처럼 손가락을 하나 잘라야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에서 14시즌을 보내면서 통산 239승 130패 49세이브, 2.06 ERA 등을 남겼고, 사망한 이듬해인 1949년에는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모데카이의 장애를 입는 혹독한 추위인 두 손가락 상실과 그에 따른 절망과 좌절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니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인생의 춘화현상의 표본이 되었다. 따뜻한 기운이 돌고 있지만, 꽃샘추위를 넘어야 완연한 봄이다. 힘겨운 일도 극복하면 화려한 인생의 꽃망울이 피어날 것을 기대하며 희망을 노래하면 좋겠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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