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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앞에서

기사승인 2022.09.02  16: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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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경기과학기술대학교 박혜성 교수

가을은 작은 걸음으로 살짜기 오는 것이 아니라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어느 순간 서늘함을 머금고 훌쩍 우리 곁으로 다가와 버린다. 그러다가 가을이 왔나 싶어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잠깐 식히겠다 싶으면 찬바람만 남겨두고 어느새 또 훌쩍 떠나가 버린다. 무더웠던 여름 지각하지 못했던 저녁노을이 지금에서야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가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절기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도 들어맞는다는 것을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매번 놀라는 이유는 또 뭘까? 저녁 퇴근길 갑자기 눈에 들어온 저녁노을을 감상하다가 어느새 가을이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게 된다. 계절의 흐름 정도는 알아채고 살아가자라고 했던 연초의 다짐들이 무색하게도 지난여름까지 또 그렇게 바쁜 일상들을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자각에 멈칫했다. 주변의 사소함들에 조금이나마 나눠주고자 했던 시간들조차 배분하지 못한 채 역시나 시간에 쫓겨 일년의 절반을 보내고 말았다는 현실이 마냥 제자리인것만 같아서일까.... 어느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 콩나물을 기르다 보면 물을 줄 때마다 밑으로 다 빠져버려서 도대체 어떻게 자랄까 싶다가도 어느새 불쑥 자라 있는 콩나물을 보게 된다고.....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치 콩나물처럼 나도 모르는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지인의 어머니께서 해주셨다는 말씀에 위로를 받게 된다.
 일정에 쫓기어 정신없이 다니다보면 생각을 정리하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자동차안이다. 바쁜 숨을 잠시 고르면서 부재중 전화를 처리하기도 하고, 자칫 놓쳤을지 모를 일상의 스케줄을 정리하기도 한다. 잠시 여유를 즐기고자 틀어뒀던 라디오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을때가 다반사고, 혼자 계신 아빠 안부를 묻는 일도 횟수가 잦아들어 어쩌다 통화가 되면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시라는 비아냥을 듣게도 된다. 그럴 때마다 콩나물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는데 어쩌다 콩나물에 위로받는 신세가 됐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 바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있었다. 혼자 사는 남동생이 신장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하고 회사에 3개월의 휴직계를 낸 후 요양중이다. 다행히 1기라서 암이 있는 부분만 수술로 제거하고 항암치료는 안받아도 된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지인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신장암은 발견이 힘들다는데 어떻게 발견하게 됐냐고 묻는 지인들에게.......그...그...그게 말야....둘째 동생하고 치고 받고 싸우다가 응급실을 가게 돼서 발견됐어라고 하면 안싸웠으면 큰일날뻔했네라며 모든게 다 둘째 동생 덕이라고도 한다. 응급실이라고 해서 처참하게 싸웠다고 오해하시면 안된다. 살짝 아주 살짝 옆구리를 밀쳤는데 그 후로 계속 옆구리가 아프다고 해서 싸운죄로 응급실을 모시고 가게 된 것이니........덕분에 둘은 사이가 더 좋아졌고, 급하게 가지고 있는 보험들을 점검하는 계기도 됐다. 엄마도 담낭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도 1기였기만 위암 수술을 받으셨고, 남동생까지 신장암 판정을 받고 보니 우리 가족이 유전적으로 암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눈앞에 드러난 꼴이다. 가족 모두가 이전보다 더 건강과 운동에 신경쓰고, 건강검진에도 소홀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으니 이 정도면 전화위복이라 할 수도 있겠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일정표를 확인해보니 이번 추석이 다른해에 비해 이르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몇일전만 해도 여름이었는데 벌써 추석이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있듯이 풍요로운 추석 명절을 기대해본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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