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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의 기억들

기사승인 2024.02.23  1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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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안병순 공익활동가

105주년 삼일절을 맞아 잠시 생각해본다. 2016년 2월과 2017년 2월 삼일절을 앞둔 이맘때 쌀쌀하고 서늘한 날, 인류 최초의 원폭 투하지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등을 찾았다.

회원으로 있는 모 평화단체에서 추진한 평화기행에 참여한 것이다. 배편을 이용하였는데, 첫 번은 시모노세키로 두 번째는 후쿠오카항으로 입항하였다. 두 항구 모두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에 대한 수탈과 강제 동원된 비통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뱃길 이용은 일제강점기에 꽃다운 나이에 군인, 위안부, 노동자 등으로 강제 동원되었던 길을 따라가며 그분들의 아픔, 슬픔, 분노, 향수를 조금이라도 공감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으로 출발에 앞서 평화기행단은 2015년 부산에 세워진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들러 기억해야 할 역사를 보고 배웠다. 거기엔 전후방 전쟁터(전선, 광산, 조선소, 공장 등)로 강제 동원된 인적․물적 자료(군인, 군무원, 노동자, 위안부 등)가 전시되어 있었다.

두 번의 기행은 모두 현대판 부관연락선(1905~1945년 부산항↔시모노세키항 정기 여객선)의 뱃길로 대한해협을 넘어 당도하였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평화공원, 이와쿠니(항)과 사세보(항)의 미군 태평양함대기지, 유령섬 군함도(본명 하시마 端島) 등을 둘러보았다.

원폭이 투하된 두 도시는 각각에 ‘평화공원’이 있고 평화기념상과 추모기념관이 있다. 잊지 말자고 원폭 투하 일시분초까지 새긴 대형 기념상이 있고, 기념관에는 피폭 참상과 피폭자들을 추모한 기록들이 가득하였다. 하지만 일본인들 피해 중심으로 조선인 피해를 살짝 기록해놨을 뿐(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성찰은 어디에도 없고) 조선인 참상의 기록과 위령은 미미하다(20만 명 원폭 사망자 중 2만 명이 조선인 희생자). 단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는 재일민단이 1970년에 조선인 위령비를 세웠고, 나가사키 평화공원 한 귀퉁이에는 조총련이 1979년에 세운 초라한 위령비만 있었을 뿐. 이도 일본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에서는 철거를 시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며 집회를 연다고 한다. (필자가 다녀온 5년 후 2021년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은 재일민단이 건립추진 27년 만에 온갖 방해를 무릅쓰고 위령비를 세웠다. 그러나 군마현에 있던 추도비는 올해 1월 강제 철거되었다.)

군함도는 나가사키항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닿는다. 외양은 검은빛과 잿빛이 섞인 시멘트 방벽으로 둘러싸여 음울한 흡혈귀의 마성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군함처럼 보이지만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은 지옥섬이라 불렀고, 죽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도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죽음의 섬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협소한 섬에 조선인 노동자 500~800명이 강제 노역을 당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 기록물에도 나온다. 일본은 당초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UNESCO에 “강제징용의 역사적 사실을 군함도에 남기겠다.”라는 약속을 지운 지 오래다.

자신들의 피해만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본,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감추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선택적 기억이고 선별적 행동이다. 그들의 평화는 자기만의 평화이다. 평화는 이웃 나라와 어떻게 해야 지켜지는지 말하지 않는다. 일본은 강제동원 역사를 넘어 현재도 숱한 갈등(군함도 강제동원 기록 불이행, 독도 영유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위안부 합의문제, 강제징용 대법판결 무시 등)을 일으키고 있다. 원인에 대한 성찰과 진정성 있는 행동이 참된 평화를 부른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매듭 없는 고통의 순환고리가 될 뿐임을!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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