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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다음은 가을이다

기사승인 2024.07.26  15: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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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단상】

남종현(톡톡웃음연구소 원장 / 달월신협 이사)

넌센스입니다. “우리 몸 중에서 가장 무거울 때는” 답은 철들 때입니다. 인생에서 철들 때가 가장 아름답고 보석처럼 빛나는 시기일 것입니다. 철이 들지 않으면 우리는 인생의 쓴맛을 맛봅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씨앗을 뿌릴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칩니다. 밭에 피어난 풀들을 우습게 보고 그냥 지나치면 곧이어 풀이 밭을 잠식해 버리고, 심었던 곡식도 기세가 꺽여서 비실거립니다. 풀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낭패를 봅니다. 그러하니 논이나 밭에 있는 곡식들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때에 맞게 정성스럽게 보살펴야 합니다.

7월 중순에 아침운동으로 시흥갯골공원을 한바퀴 돌고서 귀가하던 중에 논 가운데에 수두룩한 피(벼와 비슷한 풀)를 보았습니다. 벼보다도 피가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가 많이 생겨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피는 벼와 비슷하지만 피는 벼와는 상극입니다. 논에 피가 많다는 것은 제 때에 풀메기를 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다행히도 주인은 피만 죽이는 약을 주었나 봅니다. 파릇한 벼 사이로 노랗게 죽어가는 피의 무리가 흉물스럽게 보이니 말입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살짝 필자의 낯도 붉어졌습니다. 왜냐하면 피에 얽힌 조금은 창피한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청년이었을 때 아버지는 지금의 달월역 앞에 논을 얻어서 논농사를 짓고 계셨습니다. 사는 곳과 거리가 있었고 논 위치도 구석진 곳이었기에 신경을 잘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께서는 때에 맞게 관리를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 저한테 피살이를 하고 오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에 정말 대충하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서 “잘 했습니다.”하고 보고하고 지나쳤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몇 주가 지나자 곤혹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논바닥에 피가 꽉 차버린 겁니다. 필자는 아연실색했지요. 저는 태어나서 그렇게 논바닥에 피가 많은 논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논이 우리 논이 된겁니다. 아버지와 논에 가서 논을 바라보고는 죄송하고 창피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알고 계셨는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피를 죽이는 약을 주자고 하시곤 필자와 함께 약을 치었습니다. 약을 치자 논바닥에 노랗게 물든 피가 바다를 이룬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수 일이 지나자 피는 감쪽같이사라졌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왔던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여름철 논에서 벼들이 알알이 익어가는 초록의 향연을 보면 추억이 겹쳐보이는 까닭입니다. 그러면 ‘철들다’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습니다.

철드는 것은 때를 아는 것입니다. 씨를 뿌릴 시기를 아는 것, 거름을 주고 김메기를 해야할 시기를 아는 것, 물고랑을 치고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는 것, 곡식이 익으면 추수하고 곡식이 탈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내년 농사를 위해서 씨앗을 보관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때를 아는 것입니다. 좀 더 확장해 보면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 학생 때 맘껏 공부를 하는 것, 하고 싶은 영역을 탐구하고 열정을 쏟는 것, 꿈을 향해 돈키호테식으로 도전하는 것,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 철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우리의 몸짓입니다.

긴 장마전선도 꼬리가 잡히나 봅니다.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곧이어 무더운 태양볕이 강렬한 여름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겠지요. 또 그래야 오곡백과가 알차게 익어갈 것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며 과실이 있겠습니까? 무더운 여름을 거치면 곡식도 우리들도 속이 꽉찬 열매를 맺겠지요. 내고장 시흥도 철따라 더 풍성한 내일을 만들어가겠지요.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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